📢 주목할만한 이야기
메타(Meta)는 2023년 10월 12일, 유럽 사용자를 대상으로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유료 구독 서비스 출시를 검토 중이라고 발표했습니다.
공짜 SNS 시대는 이제 끝?
지난 6월 스레드(Thread) 론칭 이후로 또 한 번 메타가 새로운 소식을 발표했습니다. 바로 유럽 시장에서 유료 구독 서비스 출시를 하겠다는 것인데요.
SNA(Subscription No Ads), 즉 ‘광고없는 구독’으로 불리는 이 서비스는 광고에 노출되지 않는 대신 구독료를 지불해야 합니다. 약 14달러의 구독료가 책정될 예정이라고 해요. 메타는 왜 갑자기 유료 구독 서비스 도입을 고려하는 걸까요?
표면적인 이유는 9월 25일부터 시행 중인 유럽연합(EU)의 ‘디지털 서비스 법(DSA)’ 때문입니다. DSA는 메타와 같은 온라인 플랫폼 서비스가 사용자의 동의 없이 개인행동을 타겟팅하는 ‘맞춤형 광고‘를 전송하는 것을 제한하는 규정이에요.
대부분의 마케터분들에게 익숙한 이 ‘맞춤형 광고(Personalized Ads)는 사용자 데이터를 분석하여 관심사·기호·성향에 맞게 타겟팅하는 광고인데요. 광고주의 입장에서는 전환율이 높아 인기가 많습니다. 반면, 사용자 입장에서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온라인 활동 정보와 같은 개인정보가 침해될 위험이 큰 것도 사실이에요.
매출의 90% 이상을 광고 수익에 의존하고 있는 메타는 최근 유럽연합에서 이러한 ‘맞춤형 광고’에 대해 과징금 부과와 같은 제재를 받아왔는데요. 이제 DSA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자연스럽게 광고 수익이 감소할 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겠죠?
*2023년 현재 유럽 내 메타의 광고 수입은 최대 25퍼센트를 차지한다고 해요.
모두 슈퍼앱을 향해 진격!
사실 X (구 트위터)와 스냅챗은 일부 서비스를 이미 유료화 했습니다. X는 유료 구독 서비스인 X Blue를 월 8달러에 출시했고, 스냅챗 또한 프리미엄 기능을 제공하는 스냅챗+를 월 3.99 달러에 내놓았습니다. (스냅챗+의 가입자 수는 올해 10월 기준 무려 500만 명을 돌파했다고 해요!)
뿐만이 아닙니다. 올해 10월 초에는 틱톡 역시 일부 영어권 국가를 대상으로 TikTok Premium을 테스트(월 4.99 달러) 하기 시작했습니다. 만약 메타까지 이 대열에 합류하게 되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주요 SNS 플랫폼들이 모두 부분적으로 유료화를 도입하는 셈인데요.
SNS 플랫폼들이 유료 구독 서비스를 고려하는 이유는 단지 데이터 규제 때문만은 아닙니다. 일부 SNS 플랫폼은 사용자 이탈이 심화되고 있다고 해요. 틱톡과 같은 새로운 소셜 미디어로 이동하기도 하구요. 게임, 쇼핑, OTT 등과 같은 아예 성격이 다른 플랫폼으로 이동하는 현상도 증가하고 있죠.
이제는 SNS 플랫폼끼리의 경쟁에서 나아가, 모든 플랫폼이 서로 경쟁을 하는 상황이 된 것인데요. 이러한 변화에서 살아남기 위해 SNS 플랫폼들은 앞다투어 새로운 기능을 탑재하기 시작했습니다. 타 소셜 플랫폼의 기능을 그대로 도입하기도 하고, 쇼핑이나 통신처럼 타 영역의 플랫폼을 벤치마킹하기도 하는 중이죠.
텍스트, 영상, 쇼핑, 콘텐츠, 메신저, 뉴스… 다양한 서비스 영역의 경계가 점점 허물어지는 양상입니다. 우리에겐 익숙한 네이버/카카오 혹은 중국의 위챗처럼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슈퍼앱 (Super App)을 향한 플랫폼 확장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올해 7월에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를 X로 변경하며 '슈퍼앱'을 만들겠다고 선언하기도 했었죠.) 이 과정에서 어떤 플랫폼이 결국 소비자의 선택을 받게될지 궁금해 집니다.
SNS 유료화, 과연 성공할까요?
유료 구독 모델로 큰 성공을 거둔 사례하면 저는 두가지가 떠오릅니다. 유튜브 프리미엄과 넷플릭스(베이직 플러스)인데요. 지금은 성공적인 서비스로 자리잡았지만, 초기에는 두 플랫폼 모두 사용자들로부터 많은 반발을 받았어요. 무료로 제공되던 서비스가 유료로 전환된 것에 대한 불만이 컸던 건데요.
*넷플릭스 베이식 플러스(Basic Plus)는 월 7,900원에 SD 화질, 1개의 기기에서 동시 시청 가능하며 광고 포함된 옵션입니다.
과연 SNS의 유료화도 성공할까요? 글쎄요. 개인적으로 SNS를 위 두가지 사례와 비교하기는 어려운 점이 있다고 봅니다. 물론 유튜브도 SNS 플랫폼이긴 하지만, OTT의 특성을 많이 가지고 있으니까요.
이 두 사례의 경우, 광고가 있을 때와 없을 때의 경험 차이가 드라마틱한 것이 가장 큰 성공 요인이었다고 생각해요. 한창 집중하여 영상을 보던 중, 광고로 흐름이 ’딱 끊길 때‘의 그 마찰(Friction)이 충분히 큰 것이죠. 그래서 (광고로 인한) 방해가 없는 경험을 위해 기꺼이 돈을 지불하게 됩니다.
그에 비해 소셜 미디어는 광고로 인해 사용자의 경험이 크게 제한되는 것 같지는 않아요. 특히 이미지나 텍스트 기반 콘텐츠의 경우에 말이죠. 이걸 모르지 않는지 SNS 플랫폼들은 인증 배지, 절친 설정 등의 부가 기능을 유료 서비스에 포함해보기도 하구요. 넷플릭스처럼 광고의 양 (광고 포함 5,500원 vs. 광고 없음 9,500원)으로 서비스 요금를 구분해보려는 시도도 진행 중입니다.
*브룩 에린 더피 코넬대 교수는 영국 BBC에 “사용자들은 이미 플랫폼을 무료 서비스로 인식하도록 생각이 박혀 있어, 유료 구독을 선택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라고 예측하기도 했어요.
이미 정해진 결말
이제 유럽 내 SNS 이용자는 선택의 기로에 섰습니다. 개인정보를 이용한 맞춤형 광고 표출에 동의하든지 아니면 광고 없는 유료 요금제를 이용하든지.
2000년대 후로 우리는 꽤 오래동안 인터넷 서비스를 공짜로 누려왔는데요. 기업들이 사용자 데이터를 활용한 맞춤형 광고로 수익을 낼 수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습니다. 우리가 데이터와 개인정보를 기업에 주는 대가로 다양한 서비스를 무료로 즐겨왔던 것이니까요.
소셜 플랫폼의 유료 구독 서비스 성공 여부는 아직까지는 미지수입니다. 하지만 이제 무료 인터넷의 시대는 저물어가고 있는 것 만큼은 확실해 보입니다. 설사 이번 노력이 실패한다 하더라도 플랫폼들은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를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을테니까요.
소셜 플랫폼들이 어떻게 유료 구독 서비스에 대한 니즈를 만들어낼지. 그리고 이를 시작으로 인터넷 시장에도 어떤 변화가 펼쳐질지 기대되는 시점입니다.
갈무리
이번 호를 작성하며 뉴욕대학교 스턴 경영대학원 교수인 스콧 갤러웨이(Scott Galloway)가 한 말이 떠올랐습니다. "이제 광고는 정액제를 사용할 수 없는 가난한 사람들만 내는 세금이 될 것이다." 양질의 서비스를 누리고 싶다면 광고라는 '세금'을 내야하는 시대가 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마도 인터넷 서비스의 '유료화 트렌드'는 생성 AI로 콘텐츠 제작이 더욱 쉬워지면서 더욱 가속화 될 것이란 생각이 드는데요. 비단 SNS 뿐 아니라 영상 그리고 텍스트 콘텐츠도 큰 영향을 받겠죠.
다음 호에서는 이전에 무료였던 서비스들이 유료화되는 미래에 과연 어떤 콘텐츠가 '살아남을지'에 대한 제 생각을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그럼 다음 호도 많이 기대해주세요!